타박상엔 쿨 파스, 만성 통증 완화엔 핫 파스
파스는 환부에 붙이거나 발라 피부에 약물을 흡수시키는 의약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효능은 염증을 없애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진통 작용이다. 주로 퇴행성 관절염과 근육통, 타박상, 외상 후 통증 등에 사용한다.
약국에 가면 수많은 종류의 파스를 볼 수 있다. 브랜드만 다른 게 아니라 제형도 여러 가지다. 파스의 종류는 크게 제형에 따라 붙이는 파스와 로션·크림 같은 바르는 파스로 나뉘는데, 소염·진통 효과는 같지만 피부 상태에 따라 알맞은 제형이 따로 있다. 정초롱 세요약국 약사는 “붙이는 파스는 오랜 시간 한 부위에 밀착해 약물의 흡수가 쉽지만 알레르기나 피부염 같은 피부 자극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피부 자극과 상관없이 강한 소염·진통 효과를 원한다면 붙이는 파스를, 피부가 예민하다면 바르는 파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피부가 예민한 경우 외에도 파스를 붙이기 어려운 부위, 즉 굴곡이 있는 부위나 접히는 부위에는 스프레이형 파스나 물파스가 적합하다. 물파스를 흔히 벌레 물린 데 바르기도 하는데 이는 적절한 활용이다. 물파스의 성분 중 멘톨(Menthol), 캄파(Camphor) 성분이 열을 발산시켜 가려움증과 염증 완화에 도움을 주며, 항히스타민제인 클로르페니라민(Chlorpheniramine)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해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을 완화해준다. 단, 부기나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물파스보다는 피부 진정 효과가 더해진,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전용 제품을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붙이는 파스도 ‘쿨 파스’와 ‘핫 파스’로 나뉜다. 피부에 차가운 느낌을 전달하는 쿨 파스는 급성 통증과 염증, 즉 타박상 등 갑작스러운 통증에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쿨 파스의 차가운 기운이 혈관을 수축함으로써 초기 염증 반응을 억제해 통증 부위가 심하게 붓는 걸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정초롱 약사의 설명이다. 부기가 빠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도 통증이 남아 있거나 뭉친 근육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또는 오래 지속된 만성 통증의 완화가 목적이라면 따뜻한 느낌을 주는 핫 파스가 제격이다. 정 약사는 “핫 파스는 혈관을 확장시켜 파스의 소염·진통 성분이 인체에 잘 흡수되게 하는 한편 혈액순환을 촉진해 뭉친 근육을 이완하고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외국 유명 파스? “국산도 그에 못지않아요”
‘한방’ 성분을 강조한 파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방 파스는 양약 성분에 한약 성분을 적절히 섞은 제품. 한방 파스에 포함되는 대표적 한약 성분으로는 황백(黃柏·황벽나무 껍질)과 치자(梔子·치자나무 열매)가 꼽힌다. 황백은 열을 내리고, 신진대사에 관여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약재다. 치자 또한 다친 부위의 열을 내려주는 한편 소염 작용이 뛰어나 부기가 심해지는 걸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 약사는 “양약 성분 파스가 강한 소염·진통 작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방 파스는 혈액순환을 돕고 부종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인 제품”이라며 “평소 혈액순환이 잘 안 되거나 잘 붓고 근육 뭉침이나 결림이 잦다면 한방 파스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흔히 일본 여행 시 쇼핑 필수 품목으로 꼽히는 ‘동전 파스’는 어떤 제품일까? 정말 꼭 사야 할 만큼 효능이 좋은 파스인지도 궁금하다. 전문가의 견해는 일단 국산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시원한 느낌을 주는 멘톨, 캄파 성분을 비롯해 소염·진통 작용을 하는 살리실산메틸(Methyl Salicylate),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등 주요 성분도 함량도 비슷하다는 게 정 약사의 설명이다. 먼저 출시돼 유명세를 탄 건 일본 제품이지만 국산 동전 파스가 외려 더 나은 점도 있다. 후발 주자이지만 다양한 유효 성분을 추가해 효능을 한층 높인 것. 국산 제품에 추가된 주요 성분으로는 항염 효과를 높여주는 에녹솔론(Enoxolone), 피부 자극을 줄여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토코페릴아세테이트(Tocopherylacetate) 등이 있다. 동전 파스의 장점은 사실 성분보다는 모양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 파스에 비해 크기가 작아 피부에 흡수되는 양 또한 적고, 따라서 적정 효과를 보려면 여러 개를 붙여야 하지만 접히는 부위나 굴곡이 있는 부위에도 쉽게 붙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5~6일 붙여도 효과 없을 땐 의사와 상담을
파스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먼저 고려할 것은 자극이다. 피부가 유독 예민하지 않더라도 접촉피부염 또는 특정 약 성분이나 접착제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파스 사용 후 피부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또한 염증이나 상처가 있는 부위엔 사용하지 말 것. 차가운 느낌을 주기 위한 멘톨, 캄파 성분이나 뜨거운 느낌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상처를 통해 피부를 자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파스는 12시간이 지나면 효능이 떨어진다. 간혹 제품에 따라 24시간 이상 효능이 지속되는 것도 있으므로 제품마다 정해진 용량과 용법을 확인하도록 한다. 파스를 5~6일 계속 사용했는데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파스는 사용 연령 제한이 있다. 특히 케토프로펜(Ketoprofen), 피록시캄(Piroxicam), 인도메타신(Indometacin), 디클로페낙(Diclofenac) 등 몇몇 성분은 15살 미만에 사용 금기로 명시돼 있다는 것이 정 약사의 설명. 그는 “15살 미만은 가급적 파스 사용을 피하고, 최근엔 18살 미만 사용 제한이 있는 디클로페낙 고함량 파스도 출시된 만큼 청소년은 파스 사용 전에 반드시 약사의 복약 지도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소염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파스 성분과 중복될 수 있으니 파스를 쓰더라도 횟수나 시간을 줄이는 게 좋다”며 “천식 환자의 경우 파스에 포함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가 천식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